토스와 쿠팡은 본질적으로 같은 비즈니스일까?
이번주에 팀장님께서 주신 질문이다. 답은 '전혀 다르다.' 언뜻 보면 두 서비스 모두 다른 회사의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쿠팡은 물건을 사온 뒤 자사 플랫폼에서 재판매하고, 토스는 다른 기관의 상품을 대신 팔아주는 비즈니스다.
쿠팡은 남의 물건을 팔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수익을 벌어들일 수 없다. 그래서 거기에 자신들의 상품을 얹을 필요가 있고, 그게 로켓배송이다. 쉽게 말하자면, 쿠팡은 로켓배송을 파는 셈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쿠팡은 사람들이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받고 싶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고, 로켓배송으로 구매 과정에서 쿠팡만의 차별성을 만들어냈다.
반면, 토스는 금융사들의 상품을 자사의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노출시키고 판매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스텝이 토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인원을 늘리는 것이다. 송금 서비스는 여기서 핵심이다. 토스는 빠르고 간편한 송금 서비스를 통해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뒤 이용자들에게 금융사들로부터 따낸 수주를 판다.
토스의 송금 서비스룰 쿠팡에 적용할 수 있을까? 쿠팡의 로켓배송은 어떨까? 못해볼 시도는 아니다. 막상 해보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쿠팡과 토스에 정말 필요할까?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다면 그 선택이 최선일까?
모든 제품에는 그에 알맞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제품이든 사업이든 회사든 무언가를 볼 때 이들이 가진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주 팀장님 말씀이다. 이런 내공이 바탕이 되어야 무언가를 만들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거라고. 무슨 일이든 정답은 없지만, 옳은 방향은 분명히 있고 그 안에서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일도 똑같다. 내가 그간 안고 있던 속도에 관한 고민이나 방향에 관한 고민 전부 중요한다, 그러나 우선 해야되는 “업무를 맞게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금 내가 하는 리서치에 정답은 없을지라도 그 일을 하는 방법에는 고정적인 범주가 있고, 리서치를 잘한다는 게 어떤 건지는 명확하다고. 업무에 나만의 스타일을 붙이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다행히 최근 업무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음을 느낀다. 맡은 일에서 세부적으로 어떤 각도에서 정확히 어느 포인트를 들여다 보면 되는지 이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우쭐하기엔 이르다. 조금만 성질이 다른 업무에서는 다시금 방향을 해매게 된다. 결국 아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잘해야 하는 단계라는 말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맞는 방향과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는 뜻이겠지. 나는 여기서부터 잘해야 한다.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