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누군가는 스페셜리스트는 한 분야를 뾰족하게 다루는 사람이고, 제너럴리스트는 다방면에 역량을 두루 갖춘 사람이라고 한다. 한 때는 그런가 보다 했으나, 이젠 전혀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관점에 관한 고민이 물꼬가 되었다.
입사 초기부터 팀장님께서는 늘 "관점을 길러라"고 말씀하셨다. 코딩도, 디자인도 할 줄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의 최대 무기는 "생각을 잘하는 것"이 무기이고, 무언가를 볼 때 남들은 보지 못하지만 나는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주시곤 하셨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작 그게 뭔지는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지만, 처음 본 사람에게 받은 문자 한 통이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지난주에 네트워킹 모임을 다녀왔고,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한 10명 정도와 가볍게 대화를 나눠봤을까.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고 있을 때 한 PM분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나와 나눈 이야기가 재밌었고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내용의 문자였다.
갑자기 많은 생각과 함께 한 가지 사실이 머리에 박혔다, ‘그 많은 대화에서 내가 가치를 줄 수 있었던 건 이 사람뿐이었구나.’ 내가 그분에게 보여준 내 생각과 관점이 그분에겐 가치가 있었고, 내게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나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호의를 베풀어 준 것이었다. 약간의 기쁨과 동시에 동시에 질문 몇 개가 떠올랐다.
‘내가 이 사람에게 준 가치는 뭐였을까?’
‘대화 안에서 어떤 부분이 그분에게 인상깊었을까?’
‘내가 했던 이야기는 나만 할 수 있었던 이야기였을까?’
모임에서 뵌 다섯 분에게 커피챗을 요청했다. 현재 스타트업 대표님부터 VC와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까지 다양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로 골랐다. 그분들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지 궁금했다.
사실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보다도 나 자신에 관한 부분이 더 궁금했다. 지금 내 관점이 그 사람들에게 가치있을까? 지금 내 수준은 그들과 비교하면 어떨까? 업무와 사업에 관한 내 경험은 우리 팀이 겪어왔고 마주하는 범위에 머물러왔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느꼈고, 다른 관점과 생각을 통해 세상과 삶을 보는 시각을 더 넓히고 싶었다.
이 이야기와 함께 관점에 관해 여쭈었다. 팀장님 말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걸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이것의 변주다. 관점은 모든 겉치레를 걷어내고 본질을 이해하려고 할 때, 그리고 직관적으로 전달할 때 드러난다고 한다. 전혀 거창한 게 아니었다.
이 인사이트가 모든 업무의 본질을 찌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모든 가치는 다른 데서 얻을 수 없는 고유한 것일 때 생긴다. 전문가가 가치있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인사이트를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리스트의 업무도 전문성이라는 장벽으로 인해 남들은 쉽게 찾지 못하는 인사이트를 잘 전달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맥락에서 볼 때 제너럴리스트도 결국 다르지 않다. 관점은 인사이트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가진 고유하고 총체적인 시각은 그 사람만의 전유물이다. 그래서 제너럴리스트든 스페셜리스트든 결국은 타이틀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중요한 건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과 방식으로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고, 그걸 해내는 사람은 대체불가능한 인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