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라는 덕목은 가장 많이 알려진 덕목 중 하나이면서도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덕목이다. 시대와 상황, 실천하는 본인과 동시에 함께 협력하는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처세를 달리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려워서인지 온오프라인에서 이만큼이나 뜨거운 주제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내게 있어 리더십만큼은 명확하다. 그중에도 이 종잡을 수 없는 시대를 이끌어 갈 젊은 글로벌 리더십(Young Global Leadership)은 학부시절 운영하던 우스토리(Woostories)를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스토리란, 대학에 재학 중일 때 시작한 워크샵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다양한 배경과 경험, 시각을 가진 이들을 연사로 모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안전한 플랫폼(safe platform)이다. 연사는 청중들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 자신이 가진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청중들은 이에 관해 연사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
우스토리를 운영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타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만날 수 있는 여러 인종, 국적, 종교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부터, 자신을 논 바이너리 젠더(non-binary gender)로 규정하며 남성이기도, 여성이기도 거부하는 친구와, 어린 시절 전쟁을 몸소 겪은 레바논 친구, 그리고 외국 친구를 사귀며 자신의 문화로부터 서려있는 우울질을 발견한 리투아니아 친구까지,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생각과 경험, 관점을 가진 이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준 이야기는 내 친구 몰리의 이야기였다.
몰리는 중상류층 백인 가정에서 자라 언뜻 보기엔 우스토리와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다양성을 기리는 행사가 열릴 때면 본인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종종 자신이 기득권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뿌리칠 수 없어 함께 하기를 힘들어하던 백인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자원했다. 한 번 만나보니, 그녀가 꺼내고자 했던 주제는 '백인 우월주의'였다.
어린 시절, 몰리는 가톨릭 학교에 다녔는데 마음이 맞는 친구와 다녔다. 걔중에도 특히 유색인종의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몰리가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종종 자신만 친구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그녀는 그게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인지 몰랐다. 훗날 전학을 가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게 인종차별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피부색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은 주로 대우를 받는 입장에서는 제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인종차별의 특수성 때문에 이후 몰리는 다른 유생인종의 친구들을 사귀고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우스토리에 참가할 당시까지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상황과 씨름하며 여전히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는 중이라고 했다.
사실 몰리가 용기를 내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렸다. 몰리의 기존 의도와는 달리 혹여나 자신의 이야기가 듣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몰리는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했지만 용기를 냈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일부러 불편한 자리에 나선 것이다.
우스토리를 주최할 때마다 연사 한 명과 청중들이 있는 써클의 한 구석에 자리잡아 세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았다. 너무나도 감사했던 부분은 모든 청중들이 공격적인 태도를 지니지 않고 참을성 있게 연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손하게 자신의 궁금점을 털어놓거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었던 점이다. 다른 하나는 연사들도 인내심을 갖고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야기를 풀어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을 반복해주었다. 프로그램에서 몰리가 큰 탈 없이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과 행사가 끝난 뒤 마음에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것 모두 참가자들의 노력의 합인 셈이다. 우스토리륻 돌아볼 때면 나는 이들이 젊은 글로벌 리더의 표본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회에서 내가 우스토리를 통해 배운 젊은 글로벌 리더십의 덕목은 크게 세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로, 젊은 글로벌 리더십은 용기의 리더십이다. 미국의 작가인 피터 맥윌리엄스는 말했다.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불편함은 꿈대로 살아가는 데 대한 작은 대가일 뿐이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마주하면 대게 도피하기 십상이지만 젊은 글로벌 리더는 그렇지 않다. 글로벌 리더들은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마주한다. 몰리에게도 있어 불편함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몰리가 우스토리에 관한 내 제안에 응했던 건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스토리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많은 순간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털어놓는 걸 주저하고 힘들어 했던 몰리의 모습은 참가를 결정했을 때와는 정반대였다. 이는 몰리가 얼마나 깊게 인종차별이라는 문제에 관해 변화를 꿈꾸고 고민했는지가 눈에 선하게 보인 대목이었다. 이처럼 변혁을 준비하는 젊은 글로벌 리더들은 저마다 가슴 한 켠에 용기라는 불씨를 늘 품고 있다.
둘째로, 젊은 글로벌 리더십은 경청의 리더십이다. 리더로써 무언가를 행하려면 주의 깊게 듣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타인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리더로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동료들을 이해하고 사람들 간에 조화를 이루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한 첫 걸음으로써 경청보다 중요한 건 없다.
경청은 곧 발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사물이나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볼 수 있도록 한다. 모든 말은 메시지를 담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면 그들의 배경과 시각을 고려하여 그들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이해'는 동의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타인의 의견을 이해하는 행휘는 그들의 말에 굴복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다른 시각과 견해를 수용하고 나의 생각과 관점을 더 넓히는 과정이다. 따라서, 타인에 관한, 다른 시각에 관한 이해는 개인에게 있어 발전을 도모하는 과정인 셈이다.
서로 경청하며 의견을 주고 받는 우스토리 참가자들 사이의 대화 속에는 서로가 가진 공통점과 차이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견해의 차이로 서로 싸우거나 상대방을 굴복시키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왜, 어떻게 자신이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들려주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현재의 본인이 되었는지를 이해하려 한다. 그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각각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관해 배운다. 이로써 서로는 서로의 스승이 되며 더 넓은 포용력을 갖는 기본기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셋째로, 젊은 글로벌 리더십은 협력의 리더십이다. 경청함으로서 다른 이들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밀레니얼들은 비로소 그들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공감이라는 이 강력한 감정은 우리의 생각을 행동으로 변화시킨다. 나는 이걸 협력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서로 연대하여 변화를 이루기 위해 행동을 함께 실천하는 것들이 모두 협력의 양상이다.
우스토리를 통해 알지 못했던 문제에 직면하고 관심 갖기 시작하며 조금씩 변화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항상 변혁을 일으키기 위한 기회의 틈을 모색한다. 그리고 한 번 그 틈이 보이면 행동을 시작한다. 그들에게 있어 기회의 틈이 얼마나 크고 작은 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레타 툰베리의 발언에 공감하여 환경 운동에 참여한 젊은 학생들이 그랬고, 미국 플로리다 주의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 총기사건 이후 총기규제를 호소하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그랬고, SNS를 중심으로 거리로 나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홍콩의 젊은이들이 그랬다. 이 작지만 과감하고 위대한 도전은 곧 다른 리더들의 협력을 통해 눈덩이 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더 큰 변화를 만든다.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은 후, 인류에는 변화의 기조가 불고 있다. 툰베리 센세이션 이후 많은 세계 정치 인사들의 아젠다에는 환경 정책이 우선적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총기 규제에 관한 여론이 높아졌고, 총콩에서는 1년 넘게 민주화 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큰 불은 바람을 만나 활활 타오를 때 주변에 작은 불씨를 뿌린다. 젊은 글로벌 리더들은 저마다 가슴 한 켠에 불씨를 품고 다른 이의 말에 귀기울이며 함께 행동한다. 이들의 행동력은 곧 다른 이의 마음에 불씨를 뿌리고 이 사람들은 또 다른 큰 불이 되며 더 많은 불을 지핀다. 비록 우리 가슴 속에 처음 자리잡은 불씨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쉽게 꺼지지 않고 금방 타오른다. 절믕 글로벌 리더는 바로 그런 뜨거운 가슴을 가진 리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