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독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고민이 잘 풀리거나 여러 차례 생각을 잘 뒤집은, 소위 집중을 잘한 날이다. 이런 날은 매 순간순간이 꽉 차고 선명하며, 과정 안에서 복기할 것도 많게 다가온다.
2/ 반대로 하루가 유난히 짧은 날도 있다. 집중도 잘 안되고, 그래서 생각도 금세 잘 흐트러지는 날이다. 이런 날이면 내가 나 같지 않게 느껴진다. 이게 흐름을 잘 타서 밀도 있는 하루를 보내면 괜찮은데 그렇지 못할 때는 시동을 거는 게 참 어렵다.
3/ 생각을 하려고는 하는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젠가 팀장님께 했던 질문이다. 팀장님은 그게 가능하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고 하셨다. 어쩔 수 없이 안될 때도 있는 거고, 그런 때는 다른 일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게 맞는 걸까.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에 기대도 괜찮은 걸까.
4/ 스포츠에서는 모두가 1군을 꿈꾸고, 모두가 에이스를 꿈꾼다. 그러나 1군을 따내는 선수는 ‘잘해서’가 아니고, 팀의 에이스는 단순히 ‘월등해서’가 아니다. 1군이 되는 선수는 실력의 변동폭이 크지 않은, 그래서 코치가 신뢰하는 선수가 1군이다. 에이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그래서 팀에게 분위기와 사기를 가져오는 선수가 팀이 신뢰하는 에이스다.
5/ 결국 최대치가 실력이 아니라 최소치와 최대치의 변폭이 좁은 게 실력이다. Consistency가 중요하다. 프로는 잘해서 프로가 아니라 일관된 퍼포먼스를 내서, 그래서 신뢰를 주기 때문에 프로다. 물론, 이 변폭의 수준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되어야겠지.
6/ 성과를 내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생각을 잘해야 한다. 이건 사고력의 영역이다. 동시에 내 최소치를 끌어올리고 결과의 불안정성을 줄이는 건 몰입의 영역인 것 같다. 실제 일로 치면, 얼마나 중요한 생각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지가 여기 해당하지 않을까. 몰입력과 사고력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사고력이 일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겠지만, 몰입 없이 사고는 꽃 필 수 없다. 결국 내가 스스로 몰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