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갖는 감정일 것이다. 퍼블리나 유튜브 같은 여러 미디어만 봐도 '일잘러'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보인다. 군대에서도 일 잘한다는 말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녀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일 잘하는 게 뭔지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일을 잘한다는 건 어떤 걸까?
야마구치 슈와 구스노키 겐 교수의 <일을 잘한다는 것>을 읽었다. 책은 기술과 감각이 서로 어떻게 대비되는지를 짚어낸다. 현재 사회는 어떤 흐름을 맞고 있는지에서 시작하여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의 특성과 감각을 연결지으며 감각이란 무엇인지를 구체화해나간다.
야마구치는 기술과 감각의 관계를 두고 스포츠와 음악을 이야기한다. '누가 스포츠 혹은 음악을 더 잘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이 둘의 차이는 명확하게 서열을 나눌 수 있느냐에서 나타난다. 스포츠는 플레이어들의 서열을 나눈다. 사전에 규칙이 설정되어 있어 하나의 차원으로만 우열을 가리기 때문이다.
음악 또한 우열을 가릴 수 있는 여러 기교와 기술이 있지만, 음악을 잘하는지는 단순히 이러한 차원에서의 비교를 통해 판별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청중의 마음을 울렸다던지 혹은 독창적인 작곡이나 연주, 해석을 했다던지 등의 모호한 기준이 더 크게 작용한다. TV의 오디션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고 발성을 잘하는 사람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살아남는 자들은 보통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이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임플리케이션이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 큰 시사점을 준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해결책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해결책이 많아져 이제는 솔루션이 과잉되고 문제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해결된 문제들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는데 이전 문제는 양에 관한 문제였다면, 새로운 문제들은 "의미"에 초점을 두는 질적 문제다. 가령, 옛날에는 음식의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 불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불의 온도를 더 세부적으로 조절하는 것에 대한 니즈가 생겨났다.
그래서 저자는 오늘날 감각이 중요하고, 앞으로도 감각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문제가 없는 사회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감각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각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가 이야기하는 감각과 일을 잘한다는 것에 관한 인사이트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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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은 좋아하는 일을 통해 길러진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어디까지 갈 수 있었는가 하는 결과가 아니라 그 길을 가면서 보는 풍경에 만족할 수 있어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일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능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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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은 하나의 요인이 결정짓기 보다 다양한 요인이 개입하면서 종합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 분석과 종합의 대비를 보아도 그렇다. 분석이란 한 마디로 "조개면 알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전체를 어떤 방식으로 쪼개느냐가 분석에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결정할 때는 감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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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은 범용가능 한 기술이다. 기술은 사용 범위가 좁은 반면, 감각은 어느 곳에서나 쓰여질 수 있다. 그래서 감각은 누군가가 하는 모든 업무의 버팀목이 되지만, 동시에 토대부터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한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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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은 실전 경험 없이 얻어지지 않는다. 타석에 서 있는 동안에 타자는 그동안 쌓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떤 공을 쳐낼 지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결국 실전에 나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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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감각을 발휘해야 할 상황을 잘 판단한다. 전방위적으로 감각이 있는 사람은 없다. 정말 감각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처음에 망설여진다면 일단 해보고,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하고 생각되는 분야에서는 손을 떼는 상황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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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은 구체와 추상의 왕복능력이다. 감각이 있는 사람은 내재되어 있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의사결정한다. 그래서 미지의 세상도 ‘언젠가 지나온 길'이며 ‘언제 어디선가 본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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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가진 사람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나름대로의 논리 구조와 스토리 속에 자신의 자리를 잡음으로써 개별 요소가 독자적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인과가 포함된 병렬적 사고를 해나가는 것이다.
종합하면, 감각이 있는 사람은 일관된 의지를 갖고 자신만의 생각과 기준을 따라 일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옳은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감각이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감각이 있는 사람은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자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타인에게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또한 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감각이 있는 사람은 공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준을 설득하는 능력 또한 갖추게 된다.
팀장님으로부터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팀장님은 입사 초기부터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을 쭉 해주고 계신다. 감각처럼, 장기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관점을 기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팀은 한 가지 현상을 보아도 다양한 인사이트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드림팀이 된다.
일을 잘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호하다. 하지만 가고 싶은 방향, 가야 할 방향은 확고해졌다. 저자와 우리 팀장님이 이야기하는 내 감각/관점, 그 이전에 세상에 관한 내 기준과 시선을 더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내 가슴의 소리를 들으며,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더 많이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