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 자기 주관이 굉장히 선명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몇몇 이들이 가진 선명함은 가끔 자기 외의 다른 모든 것들을 투명하게 만들고 자신에게로 투영시켜 버리곤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의 시선을 좋아한다. 그리고 동경해왔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대게 두 종류로 나뉜다. 엄청나게 밀도 높은 시간과 경험을 거친 고수이거나 혹은 태어날 때부터 너무나도 뚜렷한 주체를 가진 또라이거나. 후자가 반드시 안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봐왔던 후자는 많은 경우 밀도 높은 시간을 거친 넘사벽의 고수가 많았다. 사람의 관점과 생각이라는 건 농도 짙은 경험이 쌓이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개화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나 오랜만이었을까. 최근 그런 사람을 인연으로 맞을 수 있었다.
그녀는 사회초년생인 나와 동갑의 나이에 8년의 사업 경험에 더불어 지금도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 본 그녀의 첫인상은 정신없을 만큼 할 일이 많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은 마치 관리하기 나름이라는 듯 선뜻 내게 시간을 쓰는 데 망설임 없었다. 목표가 같아서인지 업종이 같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첫 만남이었음에도 신기할 만큼이나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서로가 가진 고민을 공유했고, 많은 배움이 있었다.
여러 가지 중에서도 그녀가 “골든 포인트”라고 부르던 아이디어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골든 포인트는 쉽게 말해 적절한 타이밍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무릇, 모든 일에서 타이밍은 생명이다. 준비가 덜하면 부실하여 실패하기 쉽고, 준비가 과하면 그 과정에서 낭비가 많기 쉽다. 적당히 준비한 뒤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하지만 사실 말이 쉽지 이게 실행하기란 무진장 어려운 일이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로, 타이밍은 중요하다. 일을 잘한다는 건, 가야 하는 방향으로 일을 효율적으로 추진하여 성과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쉽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있는 업무의 방향이 맞는지, 방식이 효율적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골든 포인트를 생각해보면, 우선 업무를 어느 정도 진행한 뒤 현재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팀과 점검해볼 수 있다. 수시로 방향을 체크하고 다듬는 과정의 반복이 한 번 틀려서 롤백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 편이 일을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이는 다른 어떤 방식보다 리소스에 기반하여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여기서 리소스란, 나와 내가 가진 역량(capacity)을 뜻한다. 나의 한계를 먼저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이 선행될 때 비로소 내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관한 결과의 크기와는 또 무관한 이야기다. 결과는 대체로 빠르지 못해서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잘못되어서 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시니어와 주니어의 큰 차이 중 한 가지는 “무비판적 수용을 하지 않을 수 있는지”라고 한다. 남이 주는 데드라인과 퀄리티에 끌려가는 사람이 있고, 온전히 자신이 정한 데드라인과 퀄리티를 가져가는 사람이 있다. 전자에서 후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와 내 역량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팀에게 내 한계를 이해시킨 뒤 마일스톤을 세울 때 그 팀은 비로소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팀원 모두가 함께 롱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타이밍에 관해 주로 설명했지만 사실 골든 포인트는 분야와 영역을 막론하는 하나의 진리다. 모든 것에는 정론과 반론이 있듯, 우리가 놓이는 선택의 기로 또한 양면적이거나 다면적인 속성을 갖기 마련이다. 골든 포인트가 취하는 기반은 행동의 주체인 나 '자신'이고, 여기서 비롯된 사유된 방향이 우리가 취해야 할 방향이 된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어느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결국 어떤 일에서든 우리는 선택을 하고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려 할 테니까.
결국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업무에서는 리소스, 즉 내 capacity를 먼저 파악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는 배움이 있었다. 그녀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이 글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