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시장에서 가치는 사람들에게 구매되어질 때 “가치있다”고 일컬어진다. 나는 감히 의문이 든다. 과연 구매만이 가치있음를 반영하는 유일한 행위일까? 가치를 반영하는 감정의 표현은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시장에서 반영되기는 할까? 가치와 비즈니스는 어떤 관계일까?
한국 게임업계에는 특별한 개발자 두 분이 있다. 김동건 대표님과 금강선 디렉터님이다. 김 대표님은 자신의 어릴적 온상을 반영하여 내성적인 사람들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셨다. 김 대표님이 만드신 마비노기는 ‘외로움’ 하나로 일축된다. 금 디렉터님은 사람들에게 낭만과 추억이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셨다. 개발진의 대표로 나와 오류와 잘못을 인정하고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며 로스트아크를 만드셨다.
두 분에게는 가슴으로 게임을 만든다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두 분이 만든 게임은 유저들에게 각별한 사랑받는다. 마비노기는 출시된지 18년이나 지났음에도 유저들이 아직도 멤돌아 게임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로스트아크 유저들은 개발팀과 회사를 생각하여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곤 한다. 금 디렉터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발표하셨을 때수많은 유저들이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둘 다 어지간한 애정으로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유저들이 마비노기와 로스트아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면 매우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데 막상 글로 적어보려니 이정도로밖에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전에 너무 좋아하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사는 것밖에 없어서 아쉬웠던 적이 있다. 그 외의 선택지라고는 투자나 기부인 듯한데,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회사로 직접 찾아가거나 손편지를 쓰는 사람도 보았다. 조금 안타깝다. 지금의 시장에서 개인과 기업이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기업이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모습과 특징을 가지듯이 기업도 저마다의 형태와 방식을 가졌고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각각의 사람을 두고 어느 일방향적인 방식이 아닌 그들을 있는 그 자체로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기업에게는 어떠한가? 일방향적인 줏대를 두고 판단하지는 않은가? 나는 시장이 기업을 판가름하는 방식이 우리가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가, 아니면 가치를 만들기 위한 수단인가? 돈을 버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인가?
마치 신이 인간에게 준 능력이나 재주가 다르듯, 기업을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키 큰 사람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공감 능력이 좋은 기업,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기업 등 이들이 존중돼야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나도 영리기업을 경영하지만, 재무적 가치로만 평가받는 것은 불만족스럽다. 종합적으로 평가받고 싶다. - 최태원 SK회장
하고 싶었던 말은, 김 대표님과 금 디렉터님이 멋있고 부러웠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사업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는 것만으로 부족한, 진정으로 소중해서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고 싶다. 더 나아가서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서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의 가치가 다양해지고, 사람들이 기업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식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꾼다. 다다를 수 없는 이상 같기도 하지만 그런 사회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따뜻한 사회이지 않을까.